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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장이 서는 거리) 정거장 뒤에 있는 밭을 팔기로 했다.” 이러한 말을 처음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은 작 봄 일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전부터 여러 번 들으시었는지 아주 태연하시었지만 막동이는 그때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으므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밭을 팔다니, 우리 집이 그렇게 어려워졌나’ 하고 근심이 되어서 어머니께 슬며시 여쭈어 봤더니 어머니께서는 웃으시 면서,오늘도 약속한 시간에 장 옆 골목에 있는 커다란 곳간 앞에서 언니 정희가 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벌써 반시간 동안이나 기다렸지만, 오늘은 웬 까닭인지 언니가 오지않아서 기다리다 못해 집으로 가려고, 앉아 있던 자리에서 막 일어서려고 하던 차입니다. “정숙아! 너 퍽 기다렸지. 얼른 올랴고 애를 썼지만 오늘은 집에 손님이 오셔서 어떻게 바쁜지 빠져나올 수가 있어야지.” 하고 숨이 차서 쌔근쌔근거리면서 뛰어온 소녀는 말할 것도 없이 정숙이언니 정희였습니다. 보니깐 정희와 정숙이는 똑같이 하얀 에이프런(⁎앞치마)를 걸치고 손에는커다란 바스켓(⁎바구니)을 들고 있었습니다. 형제는 정답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고기, 계란, 포도주, 밀가루를 사면서도 형제는 이야기할 것을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인제 앞으로 열흘밖에 안 남었다. 넌 빠져나오기가 쉽지만 나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죽을힘 잡고 해본다면 못할 노릇이 없다. 정숙아!너도 눈치 채지 않게 정신 차려야 한다.” 정희는 계란을 세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염려 말우. 그렇지만 언니가 좀 어렵겠수. 주인 에밀코 아주머니가 그렇게무섭고 사나우니깐 감쪽같이 될까. 난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어.만일 들키든지 하면 끝내 언니는 잡혀 죽을는지도 알 수 없으니깐.” 하고 정숙이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하였습니다. “너 또 그런 말을 하는구나. 넌 참 겁쟁이야. 만일 들키든지 하면 이런 악착스런 곳에서 구차스럽게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편이 낫지 않느냐. 그런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보름날 밤 잊어버리지 말고 꼭 정거장으로 나와야 한다. 응!” 믿음성 있는 언니는 이러한 말로 동생의 결심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나도 안다우. 나두 얼른 조선에 갈 수 없게 되면 하루바삐 죽는 편이 나은줄 안다우.” “그렇구말구. 두 사람이 죽을힘만 잡고 한다면 무슨 어려운 일이든지 못할노릇이 없다. 자, 난 오늘 손님이 와서 바쁘니깐 얼른 가야겠다. 내일 또 만나자. 잘 가거라. 응‧‧‧‧‧‧.” 언니 정희는 살 것을 다 사고 나서는 동생 정숙이보다 한 걸음 먼저 장 밖으로 나와서 무거운 바스켓을 안고 줄달음을 쳐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에밀코 아주머니는 이 동리에 단 한 집밖에 없는 여관집 주인이었습니다. 일찍이 과부가 되어서 어린애도 하나도 없이 쓸쓸하게 지내는데 원체 성미가 급하고 인정이 두텁지 못해서 정희를 곰살궂게 굴어 주지 못했습니다. “너 오늘도 길에서 장난치다 왔구나? 이런, 말 안 듣는 조선 계집애, 오늘은 손님이 세 분이나 오셔서 바쁘니깐 오 분 동안에 핑댕겨오랬더니 그래십일 분이나 지나서 와!” 에밀코 아주머니는 정희를 보자마자 물어뜯을 듯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가지고 있던 빗자루로 정희가 잔등패기를 때렸습니다. 욕을 먹고 매를 맞았지만 으레 그러려니 하였으므로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바스켓을 내려놓았습니다. 만일 한마디라도 말대답을 하면 그 당장에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그 더러운 비가 자기 얼굴 한복판에 떨어질 것을 잘 안 까닭이었습니다. 이곳은 만주국의 아주 한 끝 가는, 북쪽인 시베리아와 몽고의 국경, 대자보라고 하는 쓸쓸한 곳이었습니다. 도회지라는 것은 그저 빈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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